
모래마을 크리스마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인간을 창조한 신의 탄생 일이라고 하는 그 날은, 모래 마을 카제카게와는 별 상관이 없는 날이다. 다만 그의 누나와 형의 경우는 그 날이 가까워지면 괜히 들떠선 신나 하고는 했지만 말이다.
오전 6시, 가아라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침을 맞았다. 일을 게을리 하기는커녕 너무 열심히 해서 탈인 그는 언제나 규칙적으로 기상했다. 기상 후엔 항상 화장실에 들어가 이부터 닦는다. 더러운 것은 그다지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단정함과 깔끔함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욕실에서 간단한 샤워. 그의 난잡하게 뻗은 까치 집 머리는 기상 직후 이외엔 보기가 쉽지 않다.
오전 8시,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그는 아침 식사를 한다. 아침을 먹으면 몸이 가볍지 못하는 예민한 속이었으나 그의 누나가 언제나 잔소리를 해대고, 그 옆에서 그의 형 또한 몇 마디씩 거들어 신경을 거슬리게 하였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대신 간단한 스튜로 아침 식사를 끝낸다.
오전 11시, 그는 이미 집무실 의자에 앉아 어젯밤 마무리 했던 일들을 다시 확인한 후 넘겨주었다. 꼼꼼한 성격이 스스로도 피곤하게 느껴질 만도 할 터인데, 그는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간 즈음 그의 형, 칸쿠로가 눈을 비비며 출근한다. 누나인 테마리는 나뭇잎 마을에 문서 전달을 위해 출장을 떠났다. 간 김에 시카마루와 연말 데이트라도 하라고 일러주었는데, 괜히 화를 내었다. 어차피 가아라나 칸쿠로나 눈치를 채었는데 말이다.
오후 2시, 가아라는 기지개를 펴며 창문을 향해 눈을 돌린다. 찌뿌둥한 눈이 침침하다. 하루 종일 문서만 쳐다보고 있는 것은 아무리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할 지라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모래 마을은 사막으로, 다른 마을 어딘가에서 말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모래 마을만의 크리스마스라고 한다면 역시 모래 조형물이다. 가아라가 바라보는 창문 밖 마을이 크고 작은 모래 조형들로 가득했다. 간간히 눈 건강을 위해 창 밖을 보면,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모래를 주물 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린 아이들을 볼 때엔 살풋 웃음 짓기도 하였다.
오후 6시, 칸쿠로가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꼭 이 시간 쯤이다. 가아라의 열정이 특이한 것이지, 보통 평범한 사람은 아침 1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쉬는 시간 없이 일하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게다가 칸쿠로에게 있어 이 곳은, 매일이 야근이니 차라리 퇴근 시간을 새벽 2시 즈음으로 생각해 두는 것이 마음 편할 정도의 직장이다. ‘다른 사람들은 6시 즈음이면 퇴근하는데, 카제카게의 가족이란 정말 힘든 일이라니까. 이건 혈육이라는 이유 만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거야!’하고, 칸쿠로는 자주 말하곤 했다.
오후 8시,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이것은 꽤 드문 일이다. 왜냐하면, 칸쿠로가 항상 말하듯 가아라와 칸쿠로를 제외한 사람들은 6시, 늦어도 7시 즈음엔 퇴근하기 때문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테마리였다. “더 늦게 올 줄 알았는데?”하고 가아라가 묻자, “크리스마스니까.”하고 그녀가 대답했다. 크리스마스가 무슨 대수냐, 고 생각하며 고개를 기울이던 가아라는 다시금 문서에 코를 박았다.
오후 9시, 테마리는 돌아온 이후로 계속 집무실 창문을 통해 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카제카게님, 밖에 조형물 봤어?” 테마리가 물었다. 가아라는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었다. 그러자 테마리는 자신이 본 조형물들에 대해 줄줄 읊어 대기 시작했다. 건물과 비슷한 조형물도 있어서 언제 새로 건축 된 것인가 놀랐다, 어린 아이들이 칸쿠로라며 고양이 조형물을 만드는 걸 보았다, 꽤나 커서 치우기 곤란할 정도의 조형물이 있었다, 카제카게의 조형물이라며 건드리지 말라고 울타리를 쳐 둔 것도 보았다, 하고. 가아라는 잠시 문서들에게서 눈을 떼고 창문 쪽을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후 10시, 크리스마스는 2시간 남았다. 이브부터 바깥이 시끄러웠기에 크리스마스 한 번 길기도 하다, 하고 생각하였으나 끝날 때가 되니 어쩐지 아쉽기도 했다. 창조주의 생일이 어쩌다 인간들의 축제가 되어 괜히 들뜨게도 하고 괜히 아쉽게도 하는가. 가아라는 쌀쌀해진 사막의 기온을 느끼며 모래 바닥을 걸었다.
오후 11시 30분, 삼 남매는 가만히 바닥에 앉아 크고 작은 조형물들을 쳐다보았다. 가아라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마을 사람들의 웃음과 행복이었으므로 크리스마스도 그의 기쁨에 조금은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칸쿠로는 두 손으로 모래를 쓸어 모았다. 무언가를 만들 생각인 듯 하였으나 잘 되지 않는다고 불평을 했다. 그 모습을 보던 테마리는 한숨을 쉬며, ‘진흙으로 만들어야지.’하고 한 마디 했다.
오후 11시 55분, 칸쿠로는 결국 물을 가져다가 진흙으로 자신의 꼭두각시 미니 버전을 만들었다. 역시 손재주 하나는 좋구나, 하며 테마리가 웃었다. 가아라는 그 작은 조형물을 바라보다 두 손을 몇 번 움직여 둘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동그란 얼굴에 간단한 머리모양, 콕콕 찍은 눈코입 정도의 모양이었으나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그의 조형은 역시 특별해 보였다. 테마리는 잠시 그 조형을 쳐다보더니 칸쿠로가 떠 온 물을 바닥에 쏟아 모래를 뭉쳤다. 칸쿠로는 자신도 무언가를 눈치 챘는지 테마리의 행동을 거들었다.
오후 11시 59분, 테마리와 칸쿠로는 열심히 뭉친 모래 덩어리를 쭈물거려 콕콕 눈코입을 만들더니 가아라가 만든 자신들의 얼굴 옆에 자신들이 만든 조형을 두 손으로 조심히 들어보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칸쿠로와 테마리가 웃으며 동시에 외쳤다. 가아라는 놀란 듯 동그랗게 뜬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자신 또한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메리 크리스마스.”